분석, 전 세계 마약 범죄 네트워크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


최근 양귀비 불법 재배와 연예인 마약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는 멀게 느껴졌던 마약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마약 밀수가 전년 대비 2.6배 증가했으며, 밀수된 마약의 종류까지 다양해졌다고 발표했는데요. 국가는 이처럼 급증하는 마약 밀수를 차단하기 위해 조사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고, 검색 기법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마약은 국제 사회의 가장 심각한 해결 과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과 UN을 중심으로 전 세계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마약 조직과의 전쟁을 치러왔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상 가장 무자비하고 악명 높았던 마약상은 바로 콜롬비아 출신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입니다. 그는 1975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를 주름 잡았던 마약 조직 ‘메데인 카르텔(Medellin Cartel)’의 수장으로 콜롬비아 당국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gency)의 핵심 표적이었습니다.


이 희대의 사건이 인기리에 방영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르코스(Narcos)’를 통해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나르코스는 메데인 카르텔의 복잡한 네트워크에 잠입, 조직을 해체시키려는 DEA의 다양한 전략들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물론 TV 쇼이기 때문에 극적인 표현도 사용되지만, 일부 신뢰할 수 있는 수사 기법들도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일부가 바로 분석과 데이터 관리입니다.


▲마약은 국제 사회의 가장 심각한 해결 과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미국과 UN을 중심으로 전 세계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마약 조직과의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감시, 도청, 심문, 정보원 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는 중요한 정보 수집 기법인데요. 현대 사법 당국과 연방 기관들은 추가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분석(analytics)’입니다.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데이터 분석 기술의 정교함과 확장성이 크게 높아졌으며, 연방, 주, 지방 기관들은 관련 정보에 대한 공유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약 밀매 기술 또한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데요. 마약 거래 및 밀수 네트워크를 일컫는 마약 카르텔은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나 알카에다처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별도의 첩보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첩보원을 체포하고 심문함으로써 해당 첩보 조직을 소탕할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 마약 카르텔에 맞서기 위해서는 더 유용한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더욱이 에스코바르가 유세를 떨치던 1980년대처럼 국제적인 마약 밀매 네트워크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 비밀 정보원은 마약 밀매 단속 활동의 핵심인데요. 하지만 비밀 정보원은 그 자체로 복잡한 요소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엄청난 위험을 무릅써야 하나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를 100% 확신할 수는 없죠.


메데인 카르텔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비밀 정보원은 바로 미국 항공기 조종사이자 메데인 카르텔의 핵심 마약 밀수 업자였던 배리 씰(Barry Seal)입니다. 배리 씰은 DEA의 정보원으로서 메데인 카르텔 일당을 포함해 수많은 마약 거래 공모자 소탕에 기여했는데요. 특히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정권 당시 미국 CIA가 테러 국가인 이란에 무기를 몰래 수출하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반군 콘트라를 지원하면서 국제적 파장을 일으켰던 이란-콘트라 사건(Iran-Contra Affair)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후 그는 50만 달러 현상 수배범으로서 메데인 암살범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거뒀습니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데이터 분석 기술의 정교함과 확장성이 크게 높아졌으며,

연방, 주, 지방 기관들은 관련 정보에 대한 공유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역시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인데요. 이처럼 비밀 정보원은 마약 범죄 수사에 있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이들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수사 기법으로 분석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분석 기술은 개체 간 숨겨진 관계를 밝힘으로써 정보의 격차를 줄이고, 더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를 밝혀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수사는 단 한 사람이나 개체, 즉 리드(lead)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약 거래와 관련된 특정 리드가 확인되면, 그 리드는 잠재적인 범죄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데요. 개체 식별(entity resolution)과 네트워크 분석 등의 기술을 부동산과 전화 기록, 사회 서비스 데이터, 범죄 기록, 기타 사법 기관의 사례 등 다양한 소스에 적용하고 분석함으로써 범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관계와 관련 활동들을 규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적용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고급 분석을 비밀 정보원처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 관리를 통해 데이터를 통합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사법 당국 기관들과 연방, 주, 지방 정부가 더욱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데요. 이때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기관의 비밀 정보원에 대한 인텔리전스가 가장 폐쇄적입니다.


물론 사법 당국 기관들은 FBI 연방 요원들을 같은 곳에 배치하는 ‘합동 테러리스트 기동 부대(Joint Terrorist Task Force)’와 같은 조직을 통해 폐쇄성을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욱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리드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및 시스템 통신간 격차를 해결해야 합니다. 미국 FBI와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 Bureau of Alcohol, Tobacco, Firearms and Explosives) 소속 요원들이 가까이 있다 해도 각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전국 또는 국제적으로 같은 사무실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또 각 시스템은 지방 사법 당국의 정보나 국무부 또는 국토 안보 융합 센터(Homeland Security Fusion Center)와 같은 조직의 데이터를 이용하지 못합니다.


이처럼 연방, 주, 지방 기관들은 데이터베이스에 마약 밀매 네트워크 소탕에 도움이 될만한 완전한 정보 플랫폼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백만 개의 정보들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죠. 일부 지역은 융합 센터 차원에서 마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여전히 시스템은 배제된 채 담당 요원들만 협업하고 있습니다.


마약 밀매는 테러, 국제 거래, 지하 경제와 뒤얽히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지고 있는 글로벌 문제입니다. 일부 국제 경찰 조직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문제를 조사하고, 마약 밀매 경로와 운송 방법에 대한 흥미로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수집한 정보만으로도 전 세계에 퍼져있는 마약 네트워크를 와해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데이터 관리와 정보 공유 체계를 개선한다면, 분석을 통해 얼마든지 네트워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마이클 데이비스(Michael Davis) l SAS 보안 인텔리전스 전문가(Security Intelligence Expert at SAS)

마이클 데이비스는 FBI 특별 수사관으로서 국가 안보와 테러 자금 조달 조사 및 인텔리전스 전문가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 SAS의 보안 인텔리전스 전문가로서 보건, 저소득층 의료 보장 제도(Medicaid), 기타 여러 분야의 사기 및 남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